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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서동은 단장, 대학지성 In&Out 칼럼 기고

2026-02-02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서동은 단장님의 칼럼이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 에 기고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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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AI 시대이자 생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를 살며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한편으로는 기술과 생태계에 점점 더 깊이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듯이, 이제는 현대 기술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가 정말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 판단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특히 AI가 대신할 수 없는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의 인간, 그리고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생태 시민(ecological citizenship)의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인간, 비인간 생명, 기술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AI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그만큼 우리는 기술이 가진 복잡함과 취약함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자동화는 대량 실업을 낳을 수 있고, 기술이 소수에게 독점될 경우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율성, 프라이버시를 위협할 수도 있다. 생태계 붕괴는 식량과 물, 건강의 문제를 넘어 기후 재난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와 생태 위기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인간의 가치,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AI의 판단과는 다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을 찾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과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이 져야 할 책임을 발견하는 방향이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윤리적 판단과 정치적 결정, 가치의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를 어떻게 사용할지, 어떻게 통제할지는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기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AI가 인간보다 더 잘 판단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판단 기준에는 전통적인 여러 가지 인간만의 미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생태 위기를 늦추고 회복력을 키우는 선택 역시 인간의 도덕적이고 집단적인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런데 만약 이 판단을 인간의 이성만을 기준으로 한 인간 중심주의에 맡긴다면, 동물과 식물 등 비인간 세계에 또 다른 폭력을 가하게 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비인간, 기술의 관계 속에서 함께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관계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생태 위기의 시대에는 자연과 동·식물을 인간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생명권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두 방향에서 몇 가지 대안을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들어섰기 때문에, 인간·기계·비인간 생명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하나의 행위자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태계 역시 인간과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조건은 인간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 종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초연결사회는 전통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를 흔든다. 이제는 인간만의 해결책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AI 중심의 알고리즘 환경은 인간의 주체적인 행위를 약화시키고, 공적 공간을 사라지게 만들 위험도 있다.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야 할 만남과 행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은 타인과 함께 행동하는 존재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AI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는 인간들 사이의 합리적인 토론과 공론장을 약화시킨다. 사회적 소통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AI의 발전과 생태 위기의 근본 원인은 자연을 측량할 수 있고 계산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바라본 데 있다. 따라서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인간 삶과 깊이 연결된 이웃이자 공존의 대상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연을 기술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의 관점에서 자연을 본다는 것은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몸으로 느끼고 공감하며 주위 생명을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자연과 분리된 관찰자가 아니라, 자연 안에 속한 존재로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피터 싱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감각을 기준으로 비인간 동물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고려의 범위를 넓히는 사고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 더 넓은 공존의 윤리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원문: 대학지성 In&Out(https://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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